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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3. 조선일보 취재- 불법 만연한 학폭 심부름센터 "가해학생 스마트폰 해킹해드려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1-03 15:36
조회
2275

 

학교폭력(학폭) 방식이 은밀해지면서 학폭 전문 심부름센터의 업무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건장한 체격에 문신을 한 남성들이 가해학생을 찾아가 위협하는 '삼촌 패키지' 대신 가해학생의 스마트폰을 감시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는 법 테두리를 벗어나 가해학생의 스마트폰 해킹까지 시도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해커를 투입해 가해학생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면서 "친구들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살펴보면 학폭의 증거나 가해학생의 약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맡을 때는 경우에 따라 1500만~2000만원의 큰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해학생 페이스북 마비시키기도

이 같은 현상은 사이버불링으로 인한 학폭 피해가 늘면서 나타났다. 사이버불링은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다.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창에서 여러 명이 한 명에게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창을 나가도 다시 초대해 괴롭히는 '카톡 감옥', 단체 채팅창에서 피해자만 빼고 모두 퇴장해버리는 '방폭'이 대표적인 예다. 소셜미디어에 굴욕적인 사진이나 거짓 정보를 올리는 행위도 사이버불링에 해당한다.

학폭 심부름센터는 사이버불링 해결을 이유로 가해학생의 스마트폰을 염탐하는 것은 물론,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가해학생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계정을 마비시키는 일도 한다고 했다. 때로는 가해학생이 남긴 사이버 공간의 기록을 탐색하는 일도 벌인다. 가해학생이 쓴 게시물이나 댓글 등을 토대로 가해학생의 약점을 잡거나, 가해학생의 사이버불링에 피해자가 대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는 것이다.

이 같은 학폭 심부름센터의 접근 방식은 범죄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들이 시도하는 해킹은 정보통신기반 보호법률 위반, 염탐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함부로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다간 나와 가족이 역으로 가해자나 범법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불법성 알아도 보복 두려움에 업체 찾아

위법성을 알고도 피해학생 학부모나 피해학생이 심부름센터를 찾는 이유는 교육 당국의 대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37·서울 서초구)씨는 "학교에 알려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문만 퍼져 다른 반 학생들에게까지 손가락질 받고 집단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불링은, 피해학생이 수치심 때문에 그동안 받은 모바일 메시지를 지우는 사례가 많은데, 이럴 때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학폭위에 낼 증거 자료를 모으기 위해 삭제한 스마트폰 데이터를 복구해주는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뒤늦게 찾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한 디지털 포렌식만으로는 과거 내용을 전부 되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심부름센터의 주장이다. 학폭 관련한 심부름센터 관계자는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려면 스마트폰 해킹만한 게 없다"고 했다.

추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학부모들이 심부름업체를 찾는 이유다. 현재 학폭위 최고 징계는 퇴학이다. 그러나 가해학생이 학교를 떠난다 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이버불링은 언제 어디서든 계속될 수 있다. 이처럼 학폭위나 학교가 피해학생을 완전히 보호하지 못하다 보니, 불법성을 알고도 학폭 심부름센터를 찾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교육 현장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 전학, 퇴학이 아닌 사이버불링까지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폭 근절을 위한 교사 연수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가정에서도 적절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예방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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