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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학부모회 '학부모 신문' - 달라진 학교폭력예방법과 제도 '단 한명의 학생도 억울함이 없도록' 노윤호 변호사 기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18 17:46
조회
2511

 

사단법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발간하는 '학부모 신문'에서 노윤호 변호사는 2020년부터 달라진 학교폭력에방법과 제도에 대해 글을 기고 하였다.

그동안 학교에서 열리던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해 불신하는 학부모, 업무가 과중하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교사들, 거기다 절차상 문제나 그릇된 판단으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빈번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당사자인 학생들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개정된 것이 2020년 3월부터 실시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학폭위가 더 이상 학교에서 열리지 않고 교육 지원청으로 이관되었다는 점이다. 교육 지원청에서 열리는 학폭위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라 지칭된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학교폭력이라면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가해학생의 선도를 위한 징계 조치를 결정하는 기구이다. 학폭위가 교육 지원청으로 이관된 가장 주된 이유는 공정성과 전문성의 보완이 목적이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하여 10인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이 중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해당 교육 지원청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소속된 학부모로 구성된다. 위원의 조건은 ▷교육 지원청 생활지도 업무 담당 국장 또는 과장, 청소년 보호 업무 담당 국장 또는 과장 ▷교원으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사람으로서 학교폭력 업무 또는 생활지도 업무 담당 경력 2년 이상의 사람 ▷학부모 ▷판사, 검사, 변호사 교육▷ 지원청 관할 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 ▷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 ▷조교수 이상 또는 청소년 관련 연구기관에서 조교수에 상당하는 직위에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사람으로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하여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 ▷청소년 선도 및 보호 단체에서 청소년보호 활동을 2년 이상 전문적으로 담당한 사람. ▷그 밖에 학교폭력 예방 및 청소년 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 교육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 사람이다.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이 이해관계 없이 학교폭력 사건을 판단하고, 학교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교육 지원청에서 진행하다 보니 절차상 하자의 최소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학부모님들이 염려하시는 것 중의 하나가 관할 내에 다루어야 하는 학교폭력 건수가 많은데 심의위원회가 자세히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로 한 심의위원회에서 1년에 다루어야 할 건수는 약 200-700건 가량 된다. 이에 심의위원회는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소위원회로 나누어 소위원회에서 학교폭력 심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각 소위원회도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전문가 위원, 변호사위원 등으로 구성되며, 소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은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으로 본다. 50여 명 가까운 위원이 모여서 사건을 판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소위원회는 소규모 위원들이 한 사건마다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폭위가 교육 지원청으로 이관되었다고 해서 학교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통해 학교폭력 발생 시 사실관계가 어떠한지, 피해학생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가해학생의 가해 정도는 어떠한지 등 사안을 조사한다.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조사한 내용과 자료는 교육 지원청 학폭위로 전달되고, 학폭위는 이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 학교폭력 전담기구는 후술하는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할지, 아니면 학폭위로 넘길지 판단하고 학교폭력 종결 이후에도 가, 피해학생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학폭위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학교장 자체 해결’이다. 예전에는 학교폭력이 신고 되거나 학교에서 알게 되면 무조건 학폭위를 열도록 하였다. 학교폭력이 축소, 은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양측에서 화해가 이루어졌을 때 무조건적인 학폭위가 아닌 관계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장이 종결할 수 있게 마련한 것이 ‘학교장 자체 해결’ 제도이다. 물론 학교폭력 축소, 은폐로 악용되지 않도록 장치는 마련하였는데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것, 그리고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을 것을 전제로 한다. 4가지 조건이란 ▷2주 이상의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이다.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는지는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심의하도록 하였다. 또 학교장 자체 종결로 하더라도 지체 없이 학폭위에 보고해야 한다. 혹시라도 경미한 사안이 아닌 것은 아닌지 최종적인 확인을 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가해학생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방지하고 생활기록부 기록을 취소하기 위해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자 1호 서면사과, 2호 피해학생 접촉 및 보복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징계에 한해 생활기록부 기재를 유보한다. 다만 가해학생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또다시 학교폭력을 재발하였을 경우 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된다.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교육청에서는 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가해학생에 대한 훈계 등의 말을 되도록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혹여라도 가해학생 측에서 이를 지적하여 불복절차를 밟을까 예방하고자 함인데 가해학생의 선도와 반성의 기회가 되어야 하는 학폭위가 어떤지 사무적으로만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폭위에 와서도 자녀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조차 듣게 하기 싫어하는 부모님들도 돌아보아야 할 부분이다. 생활기록부 기재 유보가 분쟁 예방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1,2,3호 징계도 저마다의 의미와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1,2,3호 징계를 받은 가해학생은 자신의 행동이 경미한 학교폭력이라며 오히려 면죄부를 받을 수 있고 피해학생 측에서는 왜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이 경미하게 취급되었냐며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반대로 4호 징계부터 받은 가해학생 측에서는 1,2,3호 징계로 낮추기 위해 불복절차를 강행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제 새로운 제도와 함께 학교폭력예방법은 시행되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운영되었던 학폭위가 지적받는 부분도 있었지만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라는 순기능은 분명히 있었다. 학교폭력이 단순 장난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무게감도 실어주었다.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단점을 보완하고 순기능을 살린 것이니 앞으로도 학교폭력 예방에 더욱 힘을 실어주리라 기대한다. 분명한 것은 공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학교폭력예방법은 행정의 편의성이 목적이 아닌, 단 한 명의 학생도 억울함이 없도록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라는 목적을 향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