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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0. [중앙일보] '가해자 귀찮아지게 해야' 학폭 전문 변호사가 말한 대처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12 14:13
조회
777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응답자 295만 명 중 9300명은 가해 경험이 있고, 2만6900명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실에선 자신이 또는 자녀가 학폭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가해자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학폭 분야 '1호' 인증을 받은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피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초기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내 자녀도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생각하고 교육해야 학폭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1문 1답으로 정리했다. 

 

체육계 학폭이 연이어 온라인상에 폭로되고 있다. 


최근 이슈되는 배구선수 사건 등은 제도 마련 이전 피해자들이 자신이 당한 것이 학폭이라는 것도 잘 모를 수 있던 시절이다. 성인이 된 이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엔 시간이 지나버린 상황에서 법적 대응 대신 폭로라는 수단을 통해 피해를 드러내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학폭은 문화와 관행으로 여겨진다. 피해 학생이 나중에 가해 학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까지 활동해야 하니 '얘는 선배나 실력 있는 애들을 신고하는 애'라고 낙인 찍히고, 따돌림당할까 봐 피해 학생 부모가 나서 종결시키는 경우도 있다.   

 

 학폭 1호 전문 변호사가 된 계기는.

2016년 한 중학교의 학교폭력위원회에 변호사로 위촉돼 참석했다. 학교에서 열리는 작은 재판이더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움될만한 내용을 블로그에 연재하니 많은 학부모가 상담을 요청했다. 당시 정보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관련 사건을 자주 경험하고 2019년에 대한변호사협회에 학폭 전문분야 등록 신청 의견을 냈다. 변협 검토 끝에 전문 분야가 신설되면서 1호 변호사가 됐다.

 

자녀가 학폭 피해자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피해를 정확히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말 못하는 부분을 전달하고 요구할 수 있다. 부모나 당사자가 가장 걱정하는 건 신고 이후 보복 우려다. 신고해서 보복당하는 것보다 신고 안 해서 추가 피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해 학생이나 주변의 잠재적 가해 학생의 목표가 된다.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쟤를 건드리면 내가 귀찮아지는구나'라는 걸 가해 학생들이 안다.

 

가해자인 경우에는.

대부분 '우리 애가 한 게 장난이지 무슨 폭력이냐'고 생각한다. 내 자녀도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피해회복이나 보상을 해야 한다면 빨리하는 게 좋다. 최근 인천에서 고등학생 2명이 동급생에게 '스파링'을 가장한 폭력을 가해 식물인간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다. 이전에 다른 피해 학생이 있었다. 당시 학폭위가 열려 강제전학을 권고했지만, 부모가 거부했다. 가해 학생 부모가 이행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부모가 자녀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가해자로 만든 셈이다. 아이들은 교사나 경찰이 잘못했다고 지적해도 부모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구나' 생각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서든 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 신고를 했는데 목격한 학생이 진술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들은 "너 공부 방해되니까 관여하지 마. 연루된다"고 막기도 한다. 주장이 상반될 때 중요한 게 목격 학생의 진술이다. 가해 학생이 민망해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피해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연대해야 한다.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 사이버 성폭력도 늘고 있다.

어른이 모르는 형태의 신종 사이버 폭력들이 많다. 예를 들면 'n번방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처럼 아이들이 본인을 과시하기 위해 또는 용돈 벌이를 위해 속옷이나 나체사진을 판매하는 '일탈 계정'를 운영하다가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에게 호기심도 언제든 범죄에 연루될 수 있고, 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알고 교육해야 한다.  

 

학교 폭력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피해 학생들에겐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가해 학생에게는 "네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고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용서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서로가 잘 매듭지을 수 있다.

 

학폭에 잘 대처하기 위한 영화나 책을 추천한다면.

2016년 tvN에서 방영한 〈기억〉이란 드라마가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변호사 아버지가 학폭 자녀를 돕는 과정이 그려진다. 목격 학생의 진술을 통해 사건이 드러나고 가해 학생에게 징계가 내려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추천하고 싶다. 책은 제가 쓴 『우리를 지키는 법』을 추천하고 싶다(웃음).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