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및 활동

media report

2019.6.12. 채널예스-자녀가 학교폭력 당사자가 된다면?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의 모든 것』 노윤호 저자 인터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1-03 14:27
조회
2361

 

 

교육부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이 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피해사실을 말하지 않은 학생, 가해학생, 거기다 목격학생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학교폭력에 연관된 학생들의 수는 훨씬 많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나 부산 여중생 사건처럼 전국민의 공분을 사는 강력범죄 외에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크고 작은 사건도 상당하다.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의 모든 것』  의 저자 노윤호 변호사는 500회가 넘는 학폭위와 학교폭력 소송을 진행해왔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그는 확고하고 분명하게 결론 내린다. 아이들은 결코 학교폭력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으며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만이 아이들을 폭력에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내 아이는 학교폭력과 무관하다’라고 생각하다 예상치 못한 순간, 사건에 직면하고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누구나 학교폭력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가 될 수 있다며 학교폭력 사건과 마주했을 때 엄마 아빠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처법을 소개한다.

 

얼마 전 인천 추락사 사건의 판결이 나면서 소년법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TV 프로그램 출연자는 ‘일진’ 출신이란 의혹이 불거지며 방송에서 하차하는 일도 벌어졌어요. 학교폭력,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논란이 되는 걸까요?

학교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범죄 없는 세상이 없듯이 학교도 학생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그것이 폭력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다만 학교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또 그 수위가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인하게 발전하는 이유는 학생들 스스로 학교폭력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학생들은 아직 학교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거든요. 피해학생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부족한 상태며, 무방비 상태로 폭력에 노출됩니다. 가해학생 역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점점 수위가 잔인해져 갑니다. 제가 늘 ‘어른들이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학교폭력은 해결된다’고 말씀 드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학교생활에 관한 말을 잘 안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자녀의 피해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님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학생 학부모로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맞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부모님께 학교생활에 대한 말을 잘 안하지요. 학교폭력은 더욱 그렇습니다.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수치심 등의 다양한 감정으로 인해 말을 잘 못해요. 그런데도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알렸다면 그건 도와달라는 절실한 신호입니다. 때로는 자녀가 아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피해사실을 연락 받기도 하고, 아이 몸에 난 심상치 않은 상처, 더렵혀진 옷, SNS 상의 피해를 목격하는 등 여러 경로로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부모님들은 이럴 때 가해학생을 찾아가 혼내고 심지어 손찌검을 하거나, 학교에서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냐고 선생님에게 원망을 쏟으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거나, 본말이 전도돼서 가해학생이 아닌 학교와 싸우고 있는 부모님들을 뵐 때가 있거든요. 이는 아이를 보호하고 피해사실을 알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자녀에게 정확한 피해사실부터 들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어떤 가해행위를 당했고, 그때 주변에 목격한 학생들은 누가 있는지, 아이의 심정은 어땠는지, 몸에 다친 부위는 있는지, 사이버폭력이라면 온라인에 남아 있는 전후관계를 캡처해서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학교 측에 알리고 자녀에게 필요한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학교폭력 발생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면서 언론에서는 ‘무서운 초딩’이란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학교폭력 발생 연령이 어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초등학생들이 어른들의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유튜브, 스마트폰, 게임 등을 쉽게 접합니다. 어른들의 문화나 폭력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지다 보니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겁니다. 때로는 이러한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학교폭력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진행했던 학교폭력 사건 중 정말 초등학생이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랐던 사건 하나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 동급생들이 한 여학생을 따돌린 사건이었는데 가해자들이 유튜브에 피해학생을 공격하기 위한 채널을 만들었어요.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의 사진을 이용하여 피해학생을 조롱, 비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게시하고, 같은 학교 학생들이 이를 보게 하여 수치심을 주었습니다. 이런 미디어가 없었던 어른들의 학창시절에는 없던, 잔인함과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신종 학교폭력’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는 어른들이 어린애들의 ‘장난’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폭력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럼 아이의 폭력적인 모습을 부모님이 알게 됐을 때 조기에 지도를 해줘야 하는데 부모님도 ‘내 아이가 어린데 설마 일부러 그랬겠어?’ ‘어릴 때 다 그렇게 크는 거지’, ‘그건 장난일 뿐이야’라고 장난으로 치부해 제어가 되지 않다 보니 수위와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을 신고했을 때 ‘보복’을 당할까 봐 주변에 알리지 않는 피해학생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가요?

신고로 인한 2차 가해, 보복이 두렵다고 신고조차도 꺼리시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실은 정 반대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괴롭혀도 보복을 당할까 봐 주변에 알리지 않고, 아무런 제지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피해학생은 계속해서 폭력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가해학생들은 ‘어차피 쟤는 괴롭혀도 아무것도 못해’라며 더 우월감에 빠지고 피해학생이 무력감에 아무것도 못하게 할 정도로 겁을 주려고 더 괴롭힙니다. 반면 피해학생을 괴롭혔더니 어른들이 나서고, 부모님이 학교에 와야 하는 일이 생기고 혹은 경찰서까지 신고되는 상황을 겪으면 ‘아, 쟤를 건드리니 피곤해 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일종의 예방효과가 있는 겁니다. 어른들에게 알려지고, 학교폭력 신고가 되면 대부분의 가해학생들은 폭력행위를 멈추었습니다. 물론 학교폭력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보복을 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처럼 신고를 했어도 보복행위를 할 정도의 가해자라면 신고를 안 했어도 더 심한 가해행위를 했을 거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보복이 두려워 알리지 않는 것보다, 신고를 해서 보호를 받고 보복행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 방법입니다.

 

수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시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어려웠던 사건이나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평소 중학생인 피해학생을 괴롭히던 동급생 2명이 있었는데 지나가다 마주치면 아무 이유 없이 뺨을 때리고, 욕설을 하는 식이었어요. 피해학생 부모님은 처음에는 가해학생들의 보복이 걱정돼서 신고하는 대신 가해자들을 불러다 타이르기도 했지만 나아진 것은 전혀 없었고요. 대신 아이에게 가해자들이 괴롭히면 ‘하지마’라고 강하게 말하라고 가르쳤답니다. 여느 때처럼 또 가해학생들이 지나가면서 때리고 괴롭히니까 피해학생은 부모님이 가르쳐준 대로 하지 말라고 강하게 저항을 했어요. 그런데 가해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CCTV도 없는 화장실로 끌고 가 피해학생을 무자비하게 때렸습니다. 참다못한 부모님이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형사고소도 하셨지만 현장을 목격했던 학생들이 전부 가해학생들이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겁니다. 가해학생들은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며 심지어 어떻게 진술해야 하는지 까지 지시를 했던 거죠. 담당 경찰 수사관이 ‘이쑤시개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게 말을 맞추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절망적이던 순간, 어느 한 학생이 용기를 내어 자신이 목격했던 내용을 진술해 주었고, 결국 가해학생들은 가해행위가 인정되어 소년법정에까지 서게 되었습니다. 용기 낸 목격학생이 없었다면 사건은 묻혔을지도 모릅니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괜히 연루될까봐, 귀찮아서, 공부에 방해된다고 아이에게 목격자 진술을 하지 말라고 말리시는 부모님들이 계세요. 그런데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교실, 학교 분위기거든요. 그래야 지금은 목격자인 내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자, 가해자가 되는 일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피해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가해학생 학부모를 위한 조언도 비중 있게 다루는데요. 내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란 사실은 부모님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입니다. 가해학생 학부모로서 자녀의 학교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가해학생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아이로부터 가해사실을 정확하게 듣고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자녀가 또 다시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게 지도하고, 함께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가해학생들은 징계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보다, 자신 때문에 사죄하고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볼 때 본인의 행동이 후회되고 반성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겠다며 피해학생을 비난하고, ‘우리 애가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반성과 선도의 기회를 갖지 못하면 결국 가해학생이 성장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외 학교폭력 제도들을 살펴보며 현재 우리나라 제도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좀 더 밝게 자라나게 하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학교폭력을 더 이상 애들 싸움으로 치부하지 않고,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게 어른 싸움으로 만들어라, 소송으로 가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고요. 아직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어른들이 나서서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행위를 제지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외 학교폭력 제도들은 이러한 어른들의 개입을 제도화 하였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즉각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하고, 학교뿐만 아니라 외부 상담가, 경찰, 의사 등 전문가들이 동시에 투입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애들 싸움이라고 가볍게 여긴다면 이렇게 동시에 즉각적으로 외부 전문가들이 투입될 수 있었을까요? 어리다고 인권이 작지 않듯이, 학생들의 폭력이라고 그 피해가 적거나, 가해행위가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9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