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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8. [조선일보] 학교폭력도 언텍트, 더 교묘해진 사이어불링, 피할 곳이 없다- 노윤호 변호사 인터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12 15:14
조회
249

 

# 대전에 사는 고 1 박모(16)양은 최근 동급 학생에게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피해를 당했다.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가해 학생인 A양이 채팅에서 물건을 살 것처럼 접근해 박양의 학교, 집주소 등 신상정보를 알아냈다. 거래 당일 A양은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 박양의 물건을 빼앗았다. 신상정보를 알고 있다는 빌미로 온갖 협박과 지시를 이어갔다.

# 군산의 한 고등학생 최모(18)양은 메신저 알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사이버불링을 겪은 후부터다. 최양은 몇 달 전 같은 학교 친구들의 단체 대화방 초대에 응했고, 그곳에서 난데없이 심한 욕설을 들었다. 급기야 최양의 얼굴과 다른 여성의 나체사진을 합성한 사진까지 떠돌았다. 최양은 “피해를 입은 당시에는 심각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최근 유명인에 대한 학교폭력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학교폭력 논란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나도 당했다, 고발한다’ 식의 이른바 ‘학폭 미투(Me too)’가 사회적으로 크게 번지고 있는 것. 특히 학교폭력의 양상은 ‘물리적 폭력’ 대신 ‘사이버불링’의 형태로 더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든 등교수업의 자리를 원격수업이 대체하면서 온라인상의 학교폭력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버불링은 모바일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 대상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학교폭력 전체 비율은 줄었으나 사이버 폭력의 비율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의 비율은 전체 학교폭력 피해 유형 가운데 12.3%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에 비해 3.4%p 증가한 것으로, 2013년 실태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파주의 모 고등학교 교사 이모(30)씨는 “사이버불링 형태의 학교폭력은 학교급과 지역을 넘어 일면식이 없어도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피해 학생들은 안전하게 피신할 곳이 없어 고립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이버 공간 내 학교폭력 피해 증가

사이버불링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피해 학생을 모호하게 특정한 채 비방하는 글과 영상을 SNS상에 올리는 ‘저격글·영상’, 단체로 대화방에서 욕설을 퍼붓는 ‘떼카’, 대화방에 초대한 뒤 한꺼번에 퇴장해버리는 ‘방폭’, 피해자가 대화방을 나가도 다시 초대해 괴롭히는 ‘메신저 감옥’, 얼굴을 합성해서 유포하는 ‘지인 능욕’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저격글은 가족 등 주변인들이 피해 정도를 쉽게 짐작하기 어려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저격글은 대상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이름의 초성이나 상황만을 설명하며 비아냥이나 인신공격을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만 상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저격 영상도 마찬가지다. 비방글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등에 올리는 식이다. 이때 영상 설명과 태그 내용에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암시하는 표현을 담는다.

저격글을 경험했다는 서울의 한 고등학생 임모(18)양은 “페이스북에 나를 저격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친한 친구의 말을 듣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저격글을 올린 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해 추궁했지만, 나를 특정해서 쓴 게 아니라고 우겨 사과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처럼 올리고 발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5)씨는 최근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저격글과 떼카, 방폭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저격글이나 방폭 같은 경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내 아이가 비난의 대상이라는 걸 확인하기 어려웠다”면서 “이런 식으로 괴롭힘이 이뤄지고 있는지 몰랐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이버불링은 피해 학생을 괴롭히거나 모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통해 무선데이터와 선물을 빼앗는 ‘와이파이·기프티콘 셔틀’,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피해 학생에게 받는 ‘게임아이템 셔틀’도 있다. 모바일로 금품을 갈취당하는 사례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묘해진 사이버불링 수법… “감정적 대응은 금물”

그렇다면 사이버불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피해 사실을 확인했을 때 곧바로 학교나 경찰서 등 주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담임교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일이 커지거나 특별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피해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117로 신고하거나 117 센터 등을 통해 상담을 받는 것이다. 원한다면 신변이 보장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피해 증거를 확실히 보관하는 일도 중요하다. 피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회피하는 식으로 온라인상에서 증거자료를 삭제해버리면 사이버불링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윤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사이버불링 피해를 입었을 때 대화방을 나가버리거나 SNS 계정을 삭제하는 등 감정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럴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사라져 2·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증거자료를 복원하기 어려우면 데이터복원 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들이 겪는 사이버불링 피해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우려했다. 서 교수는 “가해 내용이 유치하거나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해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와 충분한 소통 시간을 가지면서 자녀를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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