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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21. [경향신문] 학폭 해결 '호들갑'이라고 말하는 가해학생 부모들이 가장 큰 걸림돌 -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대표변호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4-08 14:19
조회
1416

 

과거 학교폭력에 대한 체육계·연예계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예전 학교폭력 폭로를 단초로 해 현재진행형인 학교폭력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혹자는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학교폭력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적용되는 법과 절차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학교에서 이뤄지는 절차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다(2021년 6월부터 시행). 학교폭력 전담기구는 수사기관 역할을 한다. 사실관계 확인과 피해 정도, 증거를 확보해 관할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보고한다. 학폭위에서는 양측을 출석하게 해 의견진술을 듣고 사안의 심각성, 피해학생과의 분리 필요성,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가해학생에게 징계를 내린다. 징계 1호는 서면사과다. 2호 피해학생 접촉·보복행위 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이수,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 처분이 있다. 피해학생에게 보호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전문가 상담, 일시보호, 치료 등이 대표 사례다.

두 번째 단계로 형사절차가 있다. 성폭력 사건은 학교에서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학교 측의 신고 혹은 피해자 측의 고소로 경찰에 접수되면 수사가 개시된다. 이후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재판을, 만14세 이상의 미성년자는 소년재판을 받거나 사건이 중대하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소년재판은 교화를 목적으로 전과를 남기지 않는 보호처분을 받게 한다. 형사처벌을 받은 대표 사례로 얼마 전 국민청원에 올라왔던 ‘영종도 스파링 사건’이 있다. 두 가해자가 권투 스파링을 가장한 장시간 폭행으로 피해학생이 의식불명까지 놓였던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학폭위에서 퇴학처분을 받았음은 물론 미성년자라 해도 사건이 중해 이들은 곧바로 구속됐다. 현재는 성인과 같은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다.

현재진행형의 학교폭력은 제도권 내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 과거 학교폭력은 어떨까. 과거 학폭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보통 학교폭력에 적용되는 공소시효는 5~7년이라 고소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례가 많다.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고 해도 학폭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렵다.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전 일이라 피해자는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과거 학폭 피해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폭로한다. 폭로에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사회적·도의적 책임이라도 묻겠다는 피해자 의중이 담겼다.

과거 학교폭력 폭로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과거 폭력이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다만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돼 처벌받지 않는데 표현 방법이 지나치게 감정적·인신공격적이라면 공익적 목적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악의적인 허위 폭로는 폭로의 당사자는 물론 다른 피해자들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한다는 점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법과 교육은 분리되지 않는다

2020년 학폭위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기 전, 학교 자체에서 학폭위가 열렸을 때 ‘학교에 법의 잣대로 들이대는 게 말이 되냐’, ‘애들 일은 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애들 싸움에 무슨 변호사냐’ 등 일부 교사들의 비판이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애들 싸움으로 치부해 피해자에게 참으라 하고,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하거나 가해자를 피해 스스로 학교를 떠나게 하는 것이 교육일까.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에게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피해자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가해자가 비난받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 아닐까. 법과 교육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도 없었던 과거 학창시절과 달리 학교폭력이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최근에야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학교폭력 제도의 순기능을 분명히 이해하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학교폭력 전담기구와 수사기관의 일원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학교폭력 전담기구 사안조사는 교사들이 맡아 한다. 전문 수사기관이 아니다 보니 성폭력·사이버폭력의 경우 조사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피해자는 학교조사,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등 이중·삼중으로 조사가 반복돼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때로는 학교와 경찰의 조사결과가 달라 훗날 학폭위 결과가 뒤집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사건 초기 단계부터 조사를 일원화하거나 최소한 수사인력이 투입된다면 조기에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게도 효과적인 선도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가해학생 징계는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종도 스파링 사건 가해자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한달 전에도 다른 학생을 폭행해 전학 징계를 받았다. 전학을 미루던 사이 또다시 가해를 저질렀다. 일회성 징계만으로는 재발방지가 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가해학생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각 학생의 성향과 폭력의 동기 등을 살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재발방지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가해자가 진심어린 사과를 외면하고 가해자 부모가 자녀에게 반성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처벌과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해도 소용없다. 학폭위에서 “내 아이가 사람이라도 죽였습니까?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모르겠습니다”라며 큰소리치고 피해학생 탓으로 돌리던 어느 가해학생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리 사후관리를 하고, 경찰과 교사가 잘못한 행동이라 가르쳐도, 가해자 부모가 자녀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 부모가 잘못한 게 없다는데?’라고 받아들이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해자는 최선을 다해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것, 이는 누구도 아닌 내 자녀를 위한 길이자 학교폭력 예방의 가장 기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210807001&code=940100#csidxf1d7dc1de4308e39dab061ce7d2430c onebyone.gif?action_id=f1d7dc1de4308e39dab061ce7d2430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