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가해학생이 가해사실을 부인했지만 피해학생을 대리하여 학교폭력이 인정된 신고 사례

1. 사건의 개요 

학교폭력 신고를 하고 싶어도 가해학생이 부인하면 그대로 학교폭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학교폭력 사안조사가 시작되면 많은 가해학생들은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부인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인만 해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세상에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이를 것입니다.

예전에 한 번 학폭위 경험이 있었던 부모님은 학교에서 알아서 잘 판단해 주겠지라고 믿고 있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의 학교폭력 피해를 신고함에 있어 학교폭력 변호사와 진행을 함께하여 이번에는 낭패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법률사무소 사월에 방문하셨습니다. 사안은 동성간 성추행이었습니다. 부모님은 가해학생과 그 부모님의 특성상 분명히 가해사실을 부인할 것이라며 그러면 학교폭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해 미온적인 분위기도 부모님의 걱정을 한층 가중시켰습니다.

2. 변호사의 조력

동성간 성추행 건으로 신고를 하면서, 가해학생이 부인을 하더라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던 학생들에 대해 사안조사를 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또 미온적인 학교의 분위기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목격학생들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진술서도 미리 확보해 두었습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과 같이 가해학생은 자신은 어떠한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며 부인하기에 바빴습니다. 학교는 상대방 학생이 일관되게 부인을 하고 있어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기 쉽지 않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도 목격학생들에 대한 사안조사도 지지부진하여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의지가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였습니다. 가해학생이 부인하는 등 피해학생과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 서울시 교육청은 부인한다고 해서 불인정할 것이 아니라 증거, 목격자 진술 등 사안조사를 통해 학교폭력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침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을 근거로,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사안조사를 하지 않으니 이미 확보된 목격학생들이 진술을 증거로 모두 학폭위에서 다루어 줄 것을 요청하며 그와 동시에 목격학생 진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학폭위(학교폭력위원회) 당일, 피해학생과 의뢰인 부모님과 함께 학폭위에 동행하였습니다. 다행히 시정요구 사항들이 모두 받아들여져 학교에서는 사안조사가 이루어졌고, 우리가 제출한 목격학생 진술서는 물론 다른 학생들의 진술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피해학생과 부모님의 의견 진술이 이어졌습니다. 왜 신고가 늦어졌냐는 위원의 질문에 의견을 덧붙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충 발언권을 얻어 의견 진술을 하였습니다. 미투 운동 때에도 성인들의 동성간 성추행에 대해서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듯, 학생들이라면 더더욱 자신이 동성간 성추행의 피해자임을 말하기 어려운 사정을 헤아려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3. 결과 

마지막으로 위원이 물었습니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조치가 무엇인지, 어떻게 했으면 하는지였습니다. 부모님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 다시는 이런 행동이 반복되지 않을 것,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정립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것 3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학폭위에서 전학이나 학급교체 등 중징계를 요구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학교폭력예방법과 학폭위의 취지를 잘 이해하시고 용서와 아량을 잊지 않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참으로 현명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폭위에서도 여전히 가해학생은 부인을 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학생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고, 이를 뒷받침하는 목격학생들의 진술이 있으니 학교폭력으로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그동안 걱정과 고민이 많으셨던 부모님은 결과 통지서를 받아 보시고서야 안심하셨습니다. 사실 부모님이 아이의 학교폭력 피해가 인정되길 바라셨던 것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가 동성 성추행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부모님 역시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여 넘어갔던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피해학생은 다른 것보다도 부모님이 자신의 힘든 점을 헤아려주시고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가장 큰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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